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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11월 말 지출 보고서..소송 주도한 줄리아니 변호사비는 비공개

2020 미국 대선 선거인단 확보 수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2020 미국 대선 선거인단 확보 수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둘러싼 소송과 재검표 등 이의 제기에 880만 달러(한화 약 95억여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FX시티

여러 주(州)에서 여전히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현재 1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캠프가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지난 한 달간(10월 15일∼11월 23일) 비용 보고서를 토대로 캠프가 880만 달러를 재검표와 소송, 법률 자문과 정치 자문, 광고,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전했다.

가장 큰 비용이 든 항목은 위스콘신주의 부분 재검표로, 300만 달러(약 33억원)가 투입됐다.

위스콘신주 법에 따라 트럼프 캠프가 비용을 내고 2개 카운티의 재검표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의 격차가 수십 표 더 벌어지는 결과만 가져왔다.

두 번째로 큰 지출 항목은 230만 달러(약 25억원)를 들인 법률 자문이었다. 필라델피아의 로펌 등 여러 로펌에 비용이 지급됐다.

캠프 법무팀의 제나 엘리스 변호사는 11월에 3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 대응을 주도했던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에게 지급된 액수는 이번 보고서에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 번째로 큰 비용이 든 항목은 지지자들에게 자금 후원을 요청하는 ‘문자 폭탄’을 쏟아부은 문자 메시지 광고였으며 약 220만 달러(약 24억원)가 투입됐다.

이번에 보고된 비용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인증을 막거나 주(州) 선거 행정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주요 주에 소송을 제기하는 데 사용된 비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WP는 로펌에 대한 비용 지급에는 몇 주나 몇 달의 시차가 있다면서 “다음 보고서에서는 더 많은 법률 비용이 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개표 중단 소송' 기자회견 트럼프 변호사 줄리아니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표 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sungok@yna.co.kr
‘개표 중단 소송’ 기자회견 트럼프 변호사 줄리아니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표 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sungok@yna.co.kr

zoo@yna.co.kr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의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SOC 예산은 정부안 대비 5000억원 늘어난 26조5000억원이 됐다. 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SOC 예산은 정부안 대비 5000억원 늘어난 26조5000억원이 됐다. 뉴스1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지난 2018년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결국 SOC 경기 부양 유혹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내년도 SOC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로 짜이면서다.

고용 부진에 정치권의 고질적인 ‘쪽지예산’이 어우러지며 SOC 씀씀이를 다시 키웠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향후 SOC 예산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파워볼중계


내년 SOC 예산 26.5조…박근혜 정부 뛰어넘은 사상 최대
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SOC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26조1000억원)을 뛰어넘어 가장 많다. 정부는 올해 23조2000억원인 SOC 예산을 26조원으로 대폭 늘렸는데, 국회가 5000억원 더 얹었다. 전년 대비 14.2% 늘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와 대비된다. 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첫해인 2018년엔 SOC 예산(19조원)을 전년 대비 14.1%나 확 낮췄었다.

연도별 SOC 예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도별 SOC 예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부와 정치권이 도로 ‘SOC 경기 부양’에 나선 이유가 있다. 먼저 부진한 일자리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1%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1·2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다가 반등했다.파워사다리게임

반면 고용 부진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올해 10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2만1000명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정부가 외면하기 어렵다. 한국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건설 부문 고용유발계수는 2018년 기준 8.47이다. 고용유발계수는 관련 생산을 10억원 늘릴 때 추가 고용 가능 인력을 수치로 보여준다. 제조업 평균은 4.68이다.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이 없었음에도 극심한 고용 부진을 겪은 2018년에 정부가 ‘생활 SOC 확충 방안’이라는 이름의 건설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챙기기도 SOC 예산 증가에 한몫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늘어난 SOC 예산의 상당수는 ‘쪽지 예산’이다. 여야가 따로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인 양주시 숲길체험프로그램 사업에 1억원을, 양주시 내행 하수관로 사업에 3억50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구 수성갑의 매호1지구 재해위험지역정비 사업 예산을 11억4200만원 증액해 24억1900만원으로 늘렸다.

실세들의 예산, 국회 심의과정서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세들의 예산, 국회 심의과정서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예타 무력화 우려…“원조 토건 MB정부 보다 더 나갔다”
SOC 예산은 향후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정치권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예타 실시 기준을 총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예타 면제 규모를 전 정부보다 늘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 규모는 88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60조 3000억원), 박근혜 정부(23조 600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예타가 면제되면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면제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예타의 세금 낭비 방어막 역할이 무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경실련은 “국책사업은 수조원이 투입돼 한번 시작하면 잘못된 사업이라도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향해 “적폐라고 일갈했던 원조 토건 이명박 정부보다 더 나갔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대상 사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대상 사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토건 의존 경기부양 벗어나야”
적정 규모의 SOC 재정 투입은 필요하지만, 민간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지 못하면 나랏돈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SOC 투자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서도 “투자와 고용의 주체는 민간이 돼야 하는데 현 정부는 지나치게 재정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표 교수는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덜 쓰면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규제 완화, 기술 혁신 유도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토건 위주의 경기 부양책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학적 논리에 따라 SOC예산이 늘어나고 예타도 사실상 무력화되는 분위기”라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발전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실에서 토건 사업에 의존하는 경기 부양책은 효과가 크지 않고 혈세만 낭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몸무게 30t에 달하는 대형 고래가 해변 모래톱에 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5일 남섬 북단 골든베이에서 대형 고래의 한 종류인 보리고래가 전날 오후 5시(현지시간)쯤 해변 모래톱에 걸려 꼼짝도 못 하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9시쯤 숨졌다고 보도했다.

골든베이 해변의 고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골든베이 해변의 고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고래는 몸통 길이 17m, 무게 30t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환경보호부 생물다양성 감시원 마이크 오글은 환경보호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밤까지 찬물을 뿌리며 고래의 몸을 차갑고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으나 숨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래가 왜 해변으로 올라오게 됐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며 “하지만 부상이나 쇼크의 징후는 전혀 없었고 매우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고래 구조 자원봉사단체인 ‘프로젝트 조나’의 대런 그로버 대표도 주민들이 상당히 빨리 달려 나와 고래 구조작업을 벌였다면서 환경보호부 직원들도 연락을 받고 45분 만에 현장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고래가 밤 만조 때 다시 물에 잠겨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골든베이 해변의 고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골든베이 해변의 고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대형 고래들이 해변으로 가까이 왔다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고는 대개 질병, 부상, 고령, 기생충 감염 등 숨겨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사고를 당한 고래는 발견 당시 건강이 나쁜 것으로 볼만한 징후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보리고래는 수염고래의 한 종류로 다 자라면 몸통 길이는 15m에서 20m 사이, 몸무게는 45t까지 나간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주에도 들쇠고래와 돌고래 100여 마리가 채텀제도 해변에서 모래톱에 걸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koh@yna.co.kr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국회 보건복지위 회의록 분석
여당 의원 2명만 긍정입장 피력
논의 내내 발언 안 한 의원 여럿
의사 출신 신현영도 의견개진無
흐지부지 넘어간 뒤 “논의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의원 전원에 편지를 돌려가며 당부한 수술실CCTV 법안이 국회 첫 문턱도 넘지 못한 이유가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하자는 입장을 개진했고 다수 의원이 이에 찬동한 것이다.

경기도의 전폭적 지원에도 도내 300여곳 병원급 의료기관 중 단 2곳만 사업에 참여하는 등 의료계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자율적 설치를 대안으로 내세운 점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수술실CCTV 법제화를 위해 지난 겨울 국회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던 의료사고 유족도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본지 2019년 5월 11일. ‘아들이 죽고 3년, 어미는 아직 싸운다 [김성호의 매직스피커]’ 참조>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난 7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편지를 써 수술실CCTV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경기도민 자체조사에서 90% 이상이 수술실CCTV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반대로 확대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난 7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편지를 써 수술실CCTV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경기도민 자체조사에서 90% 이상이 수술실CCTV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반대로 확대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서동일 기자

■뜨거운 국민, 차가운 국회··· 온도차 뚜렷
5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3차 회의에서 다수 의원이 수술실CCTV 설치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만 달자거나 입법 대신 자율적으로 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아예 논의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반대의사를 표명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의원은 전체 11명 의원 가운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 명뿐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 사회를 보면 힘 있는 집단들이 그 힘을 이용해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되는 것을 못 하게 막은 사례가 많다”며 “수술실CCTV 설치도 그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문제는) 수술을 누가 하는지 또 수술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중에 어떤 사고가 벌어졌을 때 아무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입법의 취지는 확실하다,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의료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주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펼쳐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수술실 내부는 오히려 의료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설치를 주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의협의 반대 의견은 저는 이해가 전혀 안 된다”며 “오히려 의료인 입장에서도 (수술실CCTV로) 자신의 과실이 없다고 입증할 수 있어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을 제외한 여당 의원 중에는 서영석 의원 정도가 관련한 조사 및 연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를 질타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서 의원은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중 수술실 입구에 CCTV가 설치된 곳이 60% 정도라는 통계를 가져온 보건복지부를 향해 “우리가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자는 건 수술행위에서 불법행위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영상기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출입구에서 입출입만 확인하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의 신속한 통과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fnDB
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의 신속한 통과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fnDB

■입 닫은 여당 의원들··· 수술실CCTV 좌초되나
두 의원 외에는 대부분의 의원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강력범죄 의사면허 규제강화 법안에 적극 의견을 개진한 강병원, 김원이 의원조차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다른 환자보호 법안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신현영 의원은 이번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한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수술실 출입구 같은 곳에 CCTV는 제가 볼 때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게 무조건 맞다”고 발언했으나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선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서정숙 의원 역시 “수술실 출입구 60.8% CCTV 설치는 이 법안이 올라온 배경과 이런 것 일부 공감하는 부분에 비추어서 이것은 확대가 절실하다”며 CCTV를 출입구에 한정해야 한다고 관심을 돌렸다.

이미 찬반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경기도 조사에서도 도민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난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 서 의원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의원, 최연숙 의원 등도 법안 자체보다는 수술실CCTV 설치 현황과 부작용을 언급하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발의된 수술실CCTV 설치법안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았다.

위원장 강기윤 의원 역시 “자율적인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법제화에 사실상 반대했다.

경기도와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주도로 수술실CCTV 설치 문제가 수차례 공론화됐고 이 과정에서 법안에 대한 뜨거운 여론이 확인됐음에도 소관 상임위 다수 의원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점엔 비판이 제기된다.

수술실CCTV 설치와 관련해 득실을 따지는 토론회와 간담회는 지난 수년 간 국회와 지자체 등에서 수차례 열린 바 있다. 특히 고 권대희씨 모친 이나금씨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관련 법안엔 권대희법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널리 알려진 상태다. 경기도 제공.
수술실CCTV 설치와 관련해 득실을 따지는 토론회와 간담회는 지난 수년 간 국회와 지자체 등에서 수차례 열린 바 있다. 특히 고 권대희씨 모친 이나금씨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관련 법안엔 권대희법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널리 알려진 상태다. 경기도 제공.

■수술실CCTV 입법, 여당 의지에 달려
논의에 앞서 홍형석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이 정리한 찬반 근거는 법안의 정당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홍 위원은 수술실CCTV 설치 찬성 논거로 △수술실의 폐쇄성, 정보 비대칭, 의식·인지가 없는 환자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의료사고 발생 시 정보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로 대리수술.유령수술 등 범죄와 부정의료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 △촬영정보가 의료진의 무과실 입증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대 논거로는 △의료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 △환자의 환부 촬영 등 사생활의 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 △수술 의료진에게 과긴장, 집중력 저하, 심리적 위축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 △수술을 동반하는 과목의 기피현상 심화가 우려된다는 점 △침습행위인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분쟁의 확대를 초래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수술실CCTV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설치해 운영한 경기도와 의료사고 피해자 단체 등은 수차례 이뤄진 간담회에서 △의료인의 권리보다 환자의 인권이 우선한다는 점 △환자 동의하에 촬영해 사생활 침해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 △의료진의 위축은 주요한 의견이 아니란 점 등을 들어 반대논거에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반박해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한편 수술실CCTV 논의는 지난달 3차 회의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논의 일정과 안건은 제1소위 위원장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협의를 거쳐 잡힌다.

야당 반대에도 열쇠는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1소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줬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제1소위 11명 의원 중 6명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들 고 권대희씨 사망 이후 수술실CCTV 법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수년 째 알려온 이나금 닥터벤데타 공동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극소수 잘못된 의료인의 범죄행위에 마취된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국민들이 180석이라는 많은 의석을 몰아준 의미를 잊지 말고 여당이 국민을 위한 법안을 꼭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료범죄 근절을 위해 싸워온 시민 모임 닥터벤데타는 환자보호 3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단체다.


김원이 의원실은 보도가 나간 뒤 수술실CCTV 법안을 포함한 환자보호 3법에 적극 찬성한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의원별 입장이 잘못 분류된 경우 아래 기자 e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김성호 기자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유튜버 박광희 씨 ‘꼰대박’ 채널로 3만 구독자 달성
●기성세대에게 ‘꼰대질’ 실체 알려주는 콘텐츠 생산
●10~30대 누리꾼 ‘꼰대 밖에 있는 어른’이라고 찬사 일색
●구구절절 변명 늘어놓는 사과, 안 하느니만 못해
●“야, 너” 실컷 인격 모독하고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젊은 사람과 대화할 땐 귀 열고 입 다물어라”

유튜브 채널 ‘꼰대박’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박광희 씨. 채널 이름은 ‘꼰대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호영 기자]
유튜브 채널 ‘꼰대박’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박광희 씨. 채널 이름은 ‘꼰대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호영 기자]

“진짜 보기 드문 어른.” 

60대 남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꼰대박’에는 이런 내용의 댓글이 자주 올라온다. ‘꼰대박’은 ‘꼰대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 채널 주인장 박광희(62) 씨가 추구하는 지향이다. 꼰대의 사전적 정의는 나이 많은 남자를 뜻하지만, 요즘에는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아랫사람 의견을 무시하고 등한시하는 자’라는 의미로 통한다. 

‘꼰대박’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하나같이 가정·학교·직장 등에서 ‘꼰대 되는 방법’을 요약해 속사포처럼 빠르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재치 만점 자막과 짤방(인터넷상에 떠도는 재미있는 사진)이 시청자에게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반어법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꼰대의 문제점을 비틀어 묘파하니, 댓글창은 꼰대에 대한 성토로 시작해 공감과 이해, 성찰의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 채널 구독자 중 99%는 10~30대다. ‘안티꼰대’가 하나의 시대정신이 된 요즘 세상에 60대 유튜버와 청년 세대가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박씨를 만나 인터뷰하기로 한 이유다.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인터뷰 룸에서 만난 그는 연분홍색 셔츠에 복숭아뼈가 살짝 드러나는 흰색 슬랙스 차림이었다. 흰색 로퍼가 멋스럽게 어울렸다. 한창 멋을 내는 젊은 사람도 흘끔거릴 만큼 세련되고 패셔너블하다. 청년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뽐내는 박씨에게 일단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꼰대 중 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성세대에게 꼰대질 알려주고자 유튜브 시작

인기 유튜버 ‘꼰대박’ 박광희 씨가 ‘아들을 찐따로 만드는 법’(왼쪽)과 상사와 잘 지내는 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인기 유튜버 ‘꼰대박’ 박광희 씨가 ‘아들을 찐따로 만드는 법’(왼쪽)과 상사와 잘 지내는 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박씨는 국내 한 건설업체에서 기획실 부장으로 일했다. 1990년대에 회사를 나와 개인 사업체를 꾸린 뒤 사업가로도 승승장구했다. 자녀들 제안으로 2004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6년간 외국 생활을 경험했다. 이후 한국으로 귀국, 인생 2막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유튜버, 단역배우, 시니어 모델, 강사, 저자, 홈쇼핑 쇼호스트 등이 목록에 들어 있다. 여러 도전을 이어가던 2019년 1월 어느 날, 박씨는 문득 자기 또래에게 ‘청년 세대가 질겁하는 꼰대질’을 영상으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자 60대가 아닌 10대부터 30대 사이 젊은이의 공감과 호응이 쏟아졌다. 이때부터 한 달에 한두 편씩 꾸준히 영상을 찍어 올렸고, 1년 9개월 만에 3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오래전부터 은퇴한 후에는 돈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보니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친구들에게 배워야 했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나이 먹고 헤매는 시니어에게 도움을 주는 ‘시니어 플래너’가 되고 싶다. 나처럼 실수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렇게 하면 꼰대가 된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는데 내 또래들은 모두 ‘너 미쳤냐?’ 하며 영상을 안 보려고 하더라. 오히려 청년들이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댓글을 남겨 깜짝 놀랐다. 한동안 ‘이거 뭐지?’ 어리둥절했다.” 

박씨 얘기다. 11월 중순 꼰대박 채널에는 2~3분 분량의 짧은 영상 93편이 올라와 있다. 제목 ‘아들을 찐따(지질한 사람이라는 뜻의 은어)로 만드는 방법’을 보자. 박씨는 독재자 되기, 폭력 휘두르기, 열등감 느끼게 하기 등 세 가지 ‘꿀팁’을 전수하며 “이것만 하면 아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사회성 떨어지는 찐따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영상은 11월 초 현재 46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3300개가 넘게 달렸다. 누리꾼들은 “이거 보면서 울고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 “애초에 이런 영상은 어른들이 안 보고 자식들만 봄” “이렇게 찐따처럼 자란 나를 바꾸기 위해서 지금 뭐라도 시도하는 중”이라고 썼다.

‘꼰대 밖에 있는 어른’으로 10~30대에 인기

박광희 씨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보다 더 크고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내려놓으면 젊은이들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호영 기자]
박광희 씨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보다 더 크고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내려놓으면 젊은이들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호영 기자]

영상 하나를 더 보자. 이번엔 ‘청년들을 퇴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박씨는 “사회생활 시작하는 신입사원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줘야 하니 업무 실수라도 하면 ‘너 학교에서 뭐 배웠어?’ 하고 막말해라. 초과 근무수당은 열정페이로 지급하고 회사 밥은 싸구려 급식으로 원가를 절감해 높으신 분들 배때기를 채우라”고 일러준다. 누리꾼들은 이 영상 아래 “우리 회사 팀장 사찰했느냐ㄷㄷ”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했다. 

-기성세대는 왜 이 영상을 보지 않으려 한다고 보나. 

“사람이 나이 들수록 거울을 잘 안 본다. 늙고 추레한 자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영상도 그렇다. 영상 속 얘기가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으니 안 보는 것이다. 나로서는 영상을 계속 찍어 올릴 수밖에 없다(웃음).” 

-그동안 올린 영상 가운데 ‘빠르게 이혼 당하는 꿀팁’ ‘출산율 떨어뜨리는 꿀팁’ ‘며느리 도망치게 만드는 꿀팁’ 같은 콘텐츠도 반응이 좋더라. 젊은 층이 그런 내용에 호응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미안하다. ‘젊은 사람이 기성세대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구나. 그들을 위로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젊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아이템을 어디서 얻나.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제2의 인생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판소리와 랩을 배우고 개그학원과 극단 문도 두드렸다. 활기차게 돌아다니다 보니 젊은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게 됐다.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이슈가 뭔지 파악하며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요즘은 청년들이 댓글이나 e메일을 통해 ‘이런 주제로 영상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른바 ‘요즘 것들’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와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나. 

“정보력이 뛰어나고 세상 변화에 빨리 적응할 줄 안다.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발상이 기발해 트렌드를 주도한다. 또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고 기존 질서에 저항하려 한다. 이른바 X세대에서도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X세대는 부모님과 선생님, 직장 상사 외에는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던 시대를 산 탓에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이 싫어도 묵묵히 도제식 교육을 따르고 굴복했다. 나이 들어서는 기존 업무와 소통 방식에 안주하며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세대 간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박씨의 이런 의견은 각종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5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8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니는 회사에 꼰대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88%는 ‘꼰대 때문에 퇴사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도 했다. 꼰대가 가장 많은 직급은 부장급(30%), 차·과장급(29%), 전무·상무급(17%)이 뒤를 이었다. 박씨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면 꼰대가 시종일관 꼰대인 건 아니다. 보통 회사마다 한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상사는 상황에 따라 꼰대가 되기도, 어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꼰대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어른’이라는 단어를 썼다.

꼰대와 어른은 종이 한 장 차이

-꼰대와 어른은 뭐가 다른가. 

“이런 상황을 예를 들어 보자. 평소에는 부하직원을 ‘○○○씨’ ‘△△△ 대리’라고 호명하는 상사가 있다. 그러다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대뜸 반말 투로 ‘△△아’라고 부른다. 심지어 ‘야!’ ‘너!’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본인은 반말을 친밀감의 표현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이건 명백히 꼰대짓이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조직에 해를 끼친다.” 

-지금 청년층의 비판을 받는 상사 상당수는 한때 X세대로 불리던 청년이었다. 그들이 왜 후배에게 꼰대 취급을 받는 존재가 됐을까. 

“후배를 존중하지 않아서라고 본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보통 정보력이나 트렌드를 보는 안목이 떨어진다. 그러면 후배들한테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상당수 꼰대는 배우려는 자세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목소리만 키운다. 그러다 보면 조직에서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다. 내 목소리가 커질수록 상대방은 귀를 막고 거리를 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 처한 꼰대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 

“젊은 사람과 대화할 때는 귀를 열고 입을 다물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머리로는 ‘남들 얘기를 들어야지’ 생각하면서 현실에서는 자꾸 자기 말만 늘어놓는 꼰대가 많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 자기가 리더 또는 연장자라는 이유로 내내 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있다. 법인카드로 회식비를 결제하면서 자기 돈으로 산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잖은 것 같다. 그러면 안 된다. 사람 5명이 모여 30만 원어치 회식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1인당 6만 원만큼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젊은 사람의 언로(言路)를 열어줘야 한다. 회식 자리를 젊은 문화를 배우는 기회로 삼으면 세대 간 소통이 점차 원활해진다.” 

“젊은 사람과 대화할 땐 귀 열고 입 다물어라”

-요즘은 상사들 사이에서도 후배에게 자기의 과거 활약상을 늘어놓는 행동은 꼰대짓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것 같긴 하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를 희화화한 신조어)가 금지어가 된 세상 아닌가. 적당히 눈치를 챙기는 게 아닐까 싶다. 문제는 젊은 사람들 생각은 다르다는 데 있다. 얘기를 들어 보면 ‘상사가 말은 많은데 정작 업무에 필요한 조언은 안 해준다’고들 한다. 일례로 후배가 보고서를 냈을 때 ‘이런 보고서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야. 지금 몇 년 차인데 보고서를 이렇게 써?’ 하고 깎아내리기만 하지 ‘이런 보고서에는 A자료보다 B자료를 인용하는 게 좋다’ 하는 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거다.” 

-일부 기성세대가 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보나. 

“그들의 과거 회사 생활이 투영된 게 아닐까. ‘나 때는 일 배울 때 이런 수모까지 당했어. 네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냐. 까라면 까’ 하는 식으로. 본인은 정시에 퇴근하면서 후배가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는 건 못 견디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는 젊을 때 힘들었다. 너도 좀 당해봐라’ 같은 보복 심리를 갖는 게 바로 꼰대짓이다. 자신에게 상처와 모멸감을 준 상사는 과거 인물이고, 그때 상처를 후배한테 되갚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세대에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후배에게 좋은 선배로 남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현재의 상사가 후배들에게 꼰대가 아닌 어른으로 기억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보나. 

“잘못한 걸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나이 들어 조직에서 물러나며 상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일하면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줘 미안하다’이다. 이게 무슨 사과인가. 상처를 줄 때는 ‘본의’를 갖고 하지 않았나. 구구절절한 변명하지 말고 자신이 후배들에게 내놓고 상처 준 사실을 인정하며 솔직하게 사과하길 바란다. ‘사과했으니 끝난 거 아니냐. 그만 잊어버려라’ 같은 말도 하면 안 된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상대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어른이다.”

“젊은 사람은 내 스승,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자”

예순한 살에 유튜버가 된 박씨는 요즘 시니어 모델, 단역배우, 책 집필가 등으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즘 말로 ‘부캐'(부캐릭터·원래 모습 아닌 다른 캐릭터)가 한두 개가 아니다.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 그는 “내가 누군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찾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집을 나설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이끌어줄 스승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자’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날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며 ‘인간관계 다이어트’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옛 인맥을 관리한답시고 함부로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나려 한다. 그렇게 해서 야식 먹는 횟수가 줄면 살도 저절로 빠진다”며 웃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유명한 유튜버나 셀럽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내게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요즘은 어떤 일에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마음껏 도전하고 싶다.” 

-은퇴 선배로서 은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보다 더 크고 넓은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나이 들어 조직에서 물러나도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살 수 있는 시대다. 조직 밖으로 나온 퇴직자를 이끌어주는 건 젊은 사람이다. 그들과 어울리려면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인생 2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낮아짐과 내려놓음이다. 그래야 젊은 사람이 나를 받아주고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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